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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宗敎人 김병윤의 ‘하나님과의 대화⑮성경의 기적

김병윤 | 기사입력 2022/03/08 [10:10]
기적을 치켜세우는 것은, 종교 체계 유지 위한 방편

無宗敎人 김병윤의 ‘하나님과의 대화⑮성경의 기적

기적을 치켜세우는 것은, 종교 체계 유지 위한 방편

김병윤 | 입력 : 2022/03/08 [10:10]

예수가 귀신에 들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이야기가 마태복음 8:28-34, 마가복음 5:1-20, 누가복음 8:26-39에 공히 적혀 있습니다. 마태복음에는 예수가 두 명을 치료하기 위해 돼지 큰 떼를, 마가복음은 한 명을 치료하기 위해 2천 마리나 되는 돼지를, 누가복음에는 한 명을 치료하기 위해 돼지 떼를 바다에 빠트려 몰살시키고 환자를 회복시킵니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도 아닌데 증상의 심각성을 확인하지 않고 엄청난 수의 돼지를 몰살시켰다는 것은 비이성적인 행위입니다. 또한, 인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순진무구한 수많은 돼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은 인간 본위의 사상과 다른 생명체를 경시하는 잘못된 인식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게다가 그 많은 돼지를 죽이고 2천 마리면 엄청난 금액일 텐데 주인에게 돼지고기 값을 치렀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마태복음 8장에는 문둥병환자를 말로 낫게 하고, 중풍환자는 나으라는 말을 환자의 주인인 백부장에게 전하여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나 제자들이 환자를 고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는데, 이로 인해 그들의 증상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며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마가복음 7장에는 예수가 귀 먹고 말 더듬는 사람에게 안수해 달라고 하니 손가락을 양 귀에 넣고 침을 뱉어 그의 혀에 손을 대서 고치고’, 같은 책 8:23에는 맹인의 눈에 자신의 침을 뱉고 안수를 하여 고쳤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편 마가복음 6:13에는 많은 귀신을 쫓아내며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발라 고치더라는 의료 요법이 소개되고, 요한복음 9:6-7에는 맹인을 고치기 위해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눈에 바르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했다는 새로운 치료 기법을 선보이입니다.

 

그나마 기름을 발라 치료하는 것이나 진흙을 이겨 바르고 씻게 한 것은 연고라도 생각나게 하니, 침으로 고쳤다는 것에 비해 훨씬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합니다. 어쨌거나 그 효과를 입증할 길은 없지만, 예수와 그 제자들이 의학 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당시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의료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려고 심혈을 기울인 것은 가상합니다.

 

모든 복음서에 예수께서 오천 명을 먹이는 기적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가복음(6:37)과 요한복음(6:7)에선 이들을 먹이기 위해 필요한 200 데나리온의 금액을 산정합니다. 금액이 언급된 것을 보면,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사람들을 모아 가르침을 베풀 때마다 자신들이 확보한 돈으로 음식물을 구매하여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사실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많은 돈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비(自費)를 털어 배고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 자선을 베풀며 가르쳤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인데, 사람들은 돈을 들이지 않고 먹였다는 기적만 따지고 있습니다.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고 있는 실정(實情)입니다.

 

요한복음 11장에 죽은 지 나흘이 지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나사로에게 나오라는 주문을 하여 살려냈다고 합니다. 예수가 이런 기적을 뽐낸 것은 나사로가 사랑하는 연인 마리아의 오빠였기 때문에 어려운 주문이지만 할 수 없이 들어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죽음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부처가 죽은 아이를 데리고 와 살려달라고 간구하는 여인에게 그 집안의 구성원 중 누구도 죽은 적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겨자씨를 얻어오면 살려주겠다라고 답하며, 모든 사람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가르치는 방식이 훨씬 낫습니다.

 

예수가 살린 사람이 아직도 살아 있거나, 그 뒤로 죽지 않았다면 그런 능력의 특별함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 의미가 없고 괜히 죽은 자도 살아날 수 있다는 착각만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 어디에도 살아난 사람이 그 후에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대단한 기적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이후가 너무 무미건조하고 기적으로 열거되는 내용들이 너무 조악합니다.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 의술을 행하는 의사들은 다양한 병을 완화시키거나 완치하고 있습니다. 의사 한 명이 하루에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아주는 사람들의 숫자가 예수가 평생 살면서 기적을 통해 치료한 사람들 보다 훨씬 많고, 그 치료 효과나 지속성 또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예수가 살았던 시대에는 병의 근원이 세균,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고,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현대 의술로 병을 완치하거나 완화하는 의술 행위를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예방 접종 덕분에 소아마비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문둥병 또한 간단히 치료할 수 있게 되었고, B형 간염, 파상풍, 홍역, 폐렴, 수두(일명 곰보) 등으로부터도 해방되었습니다. 이를 이룩한 것은 과학의 힘입니다.

 

현대 의학은 수많은 사람이 병에 시달리지 않고 살 수 있게 하고 있으니, 죽은 사람 몇 명을 되살린 성경 속 인물들보다 더한 기적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역설적으로 신의 완벽함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천지창조를 이룬 존재가 전지전능하다면 자신이 만든 법칙이 깨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이런 현상이 가능하다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뛰어넘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런 창조자는 전지전능하다고 불릴 수 없을 것입니다.

 

기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연법칙이 무시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무질서가 판치는 혼돈의 세계만 남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자연법칙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고대인들의 삶에 위로와 평안이 될 수 있었겠지만, 자연과학에 익숙한 현대인의 삶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우화 속에 나오는 기적 같지 않은 기적을 대단한 것으로 치켜세우는 것은, 종교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 빼고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습니다.

 

필자 김병윤1957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퍼듀대학교 MBA 과정을 졸업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전자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마케팅업무를 담당했으며, 삼성인력개발원에서 국제화 및 외국어 교육팀장을 역임하였고 이후 가천대학교, 신구대학교, 연세대학교 원주분교 및 호원대학교에서 겸임교수와 시간강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두레스경영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삼성신화 아직 멀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대한민국 판도라 상자를 열다, 정아에게 보내는 서른 장의 편지, ()과 영()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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